youngcompany/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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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이후의 게임

2026 · 09 · 17

앞으로 만들 게임에는 궁극적으로 NPC가 없다.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같은 세계에서 같은 규칙을 따르는 플레이어가 된다. 다른 플레이어가 인간인지 에이전트인지 행동만으로는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이 구상에서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가 사람처럼 말하는가가 아니다. 사람처럼 보고, 즉시 반응하고, 필요할 때 숙고하고, 경험을 다음 판단에 반영하는가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대니얼 카너먼은 저서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를 빠르고 자동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숙고하는 시스템 2로 설명했다. 이 구분을 게임의 플레이어 에이전트에 옮길 수 있다고 본다.

TypeSafe AI의 Jev는 문장을 만드는 대신 미리 정한 선택지의 확률과 신뢰도를 반환한다. 위협을 느끼는가, 누구를 믿는가, 지금 말할 것인가, 계획을 계속할 것인가 같은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시스템 1의 후보가 될 수 있다. LLM은 장기 목표를 세우고, 여러 선택을 비교하고, 협상하고, 실패를 되돌아보는 시스템 2를 맡는다.

둘을 붙인다고 곧바로 인간 같은 에이전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Jev는 인간의 직관 전체가 아니며, LLM도 저절로 숙고하지 않는다. 둘 사이에서 언제 즉시 행동하고 언제 생각을 더 할지 정하는 통제 구조가 필요하다.

관찰과 기억
  → Jev: 직관·위협·신뢰·행동 선호
  → 통제 구조: 그대로 행동할지 LLM에 넘길지 판단
  → LLM: 계획·협상·반성·목표 수정
  → 행동
  → 결과를 기억과 관계에 반영

평범하고 익숙한 상황은 시스템 1에서 끝난다. 선택지의 확률이 팽팽하거나, 처음 보는 상황이거나, 동맹과 배신처럼 결과가 큰 판단은 시스템 2로 넘어간다. 숙고를 마친 뒤에는 계획과 기억이 바뀌고, 그 변화가 다음 직관의 입력이 된다.

인간다움은 일관된 한계에서 나온다

에이전트에게 게임 전체 상태를 주면 인간과 같아지지 않는다. 다른 플레이어의 숨은 정보, 정확한 수치, 완전한 과거를 아는 순간 에이전트는 별개의 존재로 드러난다. 인간과 같은 플레이어가 되려면 같은 시야, 같은 행동 수단, 제한된 주의력, 불완전한 기억을 가져야 한다.

실수도 무작위여서는 안 된다. 겁이 많은 플레이어는 위험을 크게 보고, 복수심이 강한 플레이어는 불리해도 추격하며, 한 번 배신당한 플레이어는 비슷한 호의를 늦게 믿는다. 성격과 경험에 따라 편향된 판단이 이어질 때 실수도 한 존재의 행동으로 읽힌다.

NPC가 사라진다는 뜻

NPC는 대개 인간 플레이어를 위해 배치된 콘텐츠다.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고, 플레이어가 오면 반응하며, 세계를 떠나면 멈춘다.

여기서 말하는 에이전트는 다르다. 자기 목표와 기억이 있고, 인간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며, 실패를 겪고 다음 판단을 바꾼다. 인간 플레이어가 보지 않는 동안에도 같은 세계의 규칙 안에서 살아간다. NPC를 더 영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NPC라는 범주가 플레이어로 합쳐지는 것이다.

게임에는 인간과 에이전트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다. 다만 개별 플레이어가 어느 쪽인지는 표시하지 않는다. 정체를 숨겨 속이는 장치가 아니라, 두 종류의 주체가 같은 세계에서 만나는 규칙으로 만든다.

이것은 아직 구현 결과가 아니라 제품 가설이다. Jev도 막 공개된 초기 모델이며 게임에서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첫 실험은 전투 성능보다 신뢰, 협력, 배신이 드러나는 작은 게임이어야 한다. 그래야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결합이 단지 빠른 AI가 아니라, 함께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주체를 만드는지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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